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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지혜

수입고급차에 수동기어 다는 사람도 고객

by May born JCY 2007. 11. 5.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뒷골목에 '한올'이라는 아주 작은 칵테일 바가 있다. 4평이나 될까? 올드 미스가 주인인데 베니어 합판으로 만든 바에서 10년재 칵테일을 판다. 20,30대가 들르는 곳이다. 아마레타가 일품이다.

그런데 아마레타보다 음악이 더 좋다. 편안한 음악을 잘 골라서 틀어논다. 오디오 기기는 별로 좋지 않은데도 듣기가 좋다. 어떤 손님은 테이프를 가져와 듣는다. 그 곳에는 고물 같은 LD플레이어가 있어서 간혹 LD도 올려 놓는다. 잡음이 있으나 돌아가는 모양이 옛날 생각을 나게 한다.

음악 편집 감독인 손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음악은 아날로그가 더 좋다. 디지탈은 깨지는 듯한 소리야. 하지만 아날로그는 편안해. 잡음이 좀 있어야 자연스러운 소리지." 그런가? 음악은 아날로그가 더 편안하다고?

필자는 10년전에 산 모토로라 카폰능 아직도 쓰고 있다. 최신형 핸드폰의 네 배는 되는 크기다 통화는 잘 되는데, 3-4분 정도 통화하면 잡음이 나다가 끊어진다. 어려운 사람에게는 전화할 수 없는 전화기이다. 이것이 아날로그 방식이라서 그렇단다. 핸드폰은 확실히 디지털이 좋다. 소리가 깨끗하다. 말소리는 깨끗한 것이 좋고 음악은 잡음 같지 않은 잡음이 있어야 좋은 것인가? 모를일이다.

그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CD를 듣다가 테이프를 들으면 무언가 느낌이 다른 것 같다. 그 손님의 직업 때문에 느끼는 선입견인가 테이프 음악이 더 부드러운 것 같다. 특히 예전 노래를 들을 때 더 그런 느낌이다.

가전회사에서 디저털 TV모니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2002년 부터 TV가 디지털 방식으로 송출된다고 한다. 전문가들 이야기는 디지털 방식의 TV화면은 현재 아날로그 방식의 TV화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 선명하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필자의 카폰과 딸의 핸드폰을 비교해 보면 쉽게 짐작이 가는 일이다. 디저털의 세계는 우리 삶의 환경을 많이 바꿀것이다. 더 빠르고 더 깨끗하고 더 선명한 소리와 화면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도 아날로그 음악이 더 부드럽고 편안한 때도 있다는 그 음악 감독의 말이 잊혀 지지 않는다. 그 말을 들은 후 CD로 음악을 들으면 어쩐지 날카로운 느낌을 받는다. 외형에서 받는 느낌도 그렇다 CD는 차고, 테이프나 LD는 부드러워 보인다. 비전문가의 느낌이지만

집에 친구가 미국 가면서 주고 간 아주 좋은 오디오 기기가 있는데, 플레이어는 CD 밖에 없다 테이프 플레이어를 하나 사야겠다. 비교해 보고 싶기도 하고 디지털의 날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느낌도 들어서..

변화속에서 변하지 않음을 추구하는 마케팅도 있다. 모두가 디지털의 세계로 가고 있다 하더라도 아날로그를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를 완전히 버리기보다는 갖고 있음이 어떨까? 수동 기어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자동 기어 자동차를 운전하면 운전하는 것 같지도 않다. 서울처럼 교통이 막히는 곳에서 수동 기어의 클어치를 밟고 떼고를 반복하면 다리도 아프고 짜증도 난다. 그래도 수동 기어로 자동차 운전을 배워야 제대로 운전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차의 속도를 사람이 조절하기보다 그 속도에 맞춰 기어를 바꾸는 겸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인가? 요즈음 수입 고급차에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수동 기어식 자동기어가 붙어 있다. 판매원 말에 의하면 예전 수동 기어 기분을 느껴 보라고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변화의 속도가 아주 빠르다. 그 속도를 좇아가지 못하면 낙오된다. 태풍 속의 휴지처럼 허둥대며 좇아가는 것이 현대의 삶일 것이다. 하지만 태풍에서 빠져 나와 좀 멀리서 보면, 너무 허둥댔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21세기에는 아마도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사람의 욕구를 찾는 마케팅이 성공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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